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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ork/경단녀 탈출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최종편)


어느 장소였는지도 기억난다.
작년 가을 학부모를 위한 4주차 코딩 강의를 듣고 나오던 길,
바로 그 도로에서 O양의 전화를 받게 된다.

“교수님,
제가 아는 연출님이 연극을 개발 중인데,
제작 감독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갑자기 교수님이 생각나서 그러는데 한 번 미팅해보실래요?”

예전 같았으면 정규직(?)이 아니니
안한다고 했을 법한 일이었는데,
그래, 내가 구조를 만들어보자 생각하니 번뜩 용기가 났다 .

“그래, 나 한 번 만나볼래, 미팅해보자”

일사천리로 연출님 작업실에 가서 미팅을 하였고,
1시간 동안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탐색한 후,
괜찮다고 판단이 들었는지
그 작품을 제작하기로 한 회사의 대표님과도
다음 미팅을 잡게 된다.

연출님과 대표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미팅 분위기가 나를 채용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집에 들어오는데 대표님께 연락이 온다.

그리고 대망의 세 번째 미팅,
이번엔 제작사 대표님과의 단독 미팅이다.
서래 마을 근처에서 맛난 식사를 하고
커피숍으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채용 조건과 업무 조건을 이야기 나누게 되는데..

우선 나는 회사의 직원이 아닌
전문 용역으로 1년 계약하는 것으로,
(사실, 이것은 내가 요구한 것,
그래야 내 스타일로 시간을 매니지할 수 있기 때문)

일주일에 2번 출근하고
대전-서울간 교통비 지원,
직급은 책임프로듀서로!

구조를 만들자 생각을 했더니
일이 이렇게 풀려 너무 신기했다.
내가 원하던 조건이 대부분 실현되었고,
사례비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서 감사했다.
좋아하는 강의도 사이드 잡으로 계속 할 수 있고!

그리고 연극 한 작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년 동안 신작 개발 총괄을 맡았던 터라
콘서트까지 맡게 되어서 더 즐거웠고
재미있게 작품 개발 하고 있었는데!

두둥!

코로나가 공연계를 올스톱 상태로 만들어 놓아버렸다.

나름 탄탄하다고 생각해왔던 회사도
모든 프로젝트 개발 잠정 중단.
Pre-Production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래서 나도 4월 말까지만 일하고
잠시 쉬게 되었는데,
프리랜서로 어느 정도 일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일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

그 후 한국 뮤지컬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연출님과 함께
제안서 작업을 했고,
곧 있을 문화관광부 사업에 일부 조인되어서
일하게 될 것 같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내딛었던 발걸음에
용기가 더해져 길이 만들어졌고,
경단녀 세월에 대해 묻지 않을만큼
내 가치와 경력을 인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제는 번듯한 내 직장이 없어도,
매월 나오는 월급이 없어도
일을 쉬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프리랜서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내 가치를 키워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그렇게 천천히 내 이름을 브랜딩 해보려 한다.

.
.
.

함께 그 길을 응원해주세요!!
그 동안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웃님들께서 보내주신 성원과 관심이
저에게 정말 따스하고 고마웠어요~
또한 같이 공감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어서
그것도 참 좋았답니다!

앞으로도 일하는 이야기 종종 들려드릴께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서울 사무실, 이 회사는 무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미스사이공의 한국 공연권을 가진 제작사였다! 언젠가 다시 좋은 시기에 다시 만나서 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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