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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ork/경단녀 탈출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4)


2016년 12월 초,
미국에서 한국으로 컴백,
그러나 서울이 아닌 대전으로 띠로리~~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집을 구하고,
미국에서 보낸 이삿짐을 기다리고
각종 가전제품을 채워넣으며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어느 정도 시차도 적응되고 하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하루라도 빨리 job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예전에 일했던 대표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또 서울에 있는 몇 군데 회사에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류 전형에 통과했다고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서는 아차했다.

2016년도 기준 5살, 2살이었던 아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서울로 일하러 다니면
이 아이들은 누가 케어하지?
양가 부모님들도 다 타지에 계시는데,,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낯선 아이들인데
누가 이들을 돌보지...?

이 질문에 맞닥뜨리자 너무 내 생각만 했다는 마음에
한동안 괴로웠다.
면접 보러 오라는 회사에 연락을 드려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나
이러저러한 형편상 면접을 보러가지 못할 것 같다고
죄송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우선은 아이들이 엄마와 충분히 붙어있고,
유치원, 어린이집에 갈 때까지
이 곳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괜찮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3월에 입소, 입학할 수 있도록 셋팅해놓고는,
나는 근처 예술대학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지금 내가 대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대학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결혼 전 대전 소재의 목원대에서
기획제작론과 뮤지컬 작품분석을 가르친 적이 있음)

유레카~!

어디서 어떤 용기가 튀어나왔는지 몰라도,
내 전공과목을 다룰만한 예술대학 학장님들의
이메일을 일일히 검색해서 메일을 발송했다.

“저는 누구누구이고,
그 동안 어떤 일을 했고,
미국에서 이렇게 살다가 왔고,
대전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대학생에게 강의를 하고 싶어요.
이런 이런 강의를 할 수 있는데,
혹시 강사가 필요하시지는 않으신가요?”

진짜 지금 생각해도
그런 배짱과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셀프 칭찬해~!

사실 그냥 두드려본 문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사람이 있다고 알리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답장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두둥~!
메일을 보냈던 거의 모든 교수님들께서 답장을 주셨다.

이렇게까지 메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용기 내주어서 고맙다는 것,
그러나 이미 2017년 1학기의 대부분의 강의가 셋팅되어서
티오가 없다는 것,
그러나 당신을 기억하겠다는 것.

대부분의 답장이 위와 같았다.
난 답장 받은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는데
열심히 연구하고 일해서 학교에서 다시 보자는 말에
너무 큰 격려가 되었다.

그러던 1월 말즈음,
메일을 보냈던 한 교수님께서 직접 연락을 해오셨다.

“민정 선생님,
제 제자가 맡기로 했던 과목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번에 어려울 것 같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혹시 시간되시면 그 과목을 맡아주었으면 해서요”

Wow!!!

그래서 2017년 1학기에 대전대학교에서
“뮤지컬 이야기”라는 과목을 강의하게 된다.


덧붙임.
그 때는 강사법 시행 전이라 공식채용 절차가 없었다.
지인을 통해 추천받아 자격 검증을 마치면
강의를 할 수 있었던 시대.
강사법 시행 이후(2019년도)에는
어마어마한 서류 전형을 실시하고,
면접을 통과해야 강사로 위촉되는 것으로 바뀜.


(사실 강의가 제 본업이 아니기에
이것이 경단녀 탈출이라고 생각을 안했어요,
고로
다음 이야기가 또 기다리고 있다는 것!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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