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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ork/경단녀 탈출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최종편) 어느 장소였는지도 기억난다. 작년 가을 학부모를 위한 4주차 코딩 강의를 듣고 나오던 길, 바로 그 도로에서 O양의 전화를 받게 된다. “교수님, 제가 아는 연출님이 연극을 개발 중인데, 제작 감독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갑자기 교수님이 생각나서 그러는데 한 번 미팅해보실래요?” 예전 같았으면 정규직(?)이 아니니 안한다고 했을 법한 일이었는데, 그래, 내가 구조를 만들어보자 생각하니 번뜩 용기가 났다 . “그래, 나 한 번 만나볼래, 미팅해보자” 일사천리로 연출님 작업실에 가서 미팅을 하였고, 1시간 동안 서로의 작업 스타일을 탐색한 후, 괜찮다고 판단이 들었는지 그 작품을 제작하기로 한 회사의 대표님과도 다음 미팅을 잡게 된다. 연출님과 대표님과의 미팅을 마치고, 미팅 분위기가 나를 채용하기로 마음 먹..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6) 2019년 1학기, 한 주에 3과목, 8학점을 강의하다보니 일주일이 모자랐다. 각기 다른 내용의 강의라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들었고, 출강하던 학교가 대전이 아닌 타 지역이어서 2일이 고스란히 날라갔다. 방학이 되자 바빴던 일상에 여유가 생기면서 이제는 정말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한동안 멈추었던 구직활동을 해보자 싶었다. 그리고 국공립 단체 위주로 원서를 넣었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 동안에 해왔던 구직 활동에서는 서류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최종 면접까지 가서 고배를 마신 적도 몇 번 있었기에 서류 전형은 쉽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40을 바라보고 있는, 그 쪽 입장에서는 경단녀 아줌마가 대전에서 서울까지 통근하면서 일을 하겠다고 하니 박수치면서 맞이할 ..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5) 그렇게 한 학기 즐겁게 강의를 하고 이제는 진짜 일을 찾아나서야 했다. 대전은 뮤지컬이나 연극을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상업 연극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극장은 더러 있었으나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기획사는 전무했다. 고민하던 중, 대전 예술의 전당의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으나 국공립단체에서의 근무 경력이 부족하여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만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 민간 기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메인 스트림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타면서까지의 경력이 있는데도 국공립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만다. “그래, 까짓것 부족한 3개월 만들어오면 되지! “ (서울예술단에서 9개월 일한 경력이 있어서 1년을 채우기 위해선 딱 3개월이 부족했었음) 그런데 진짜 신기하게도 대전문화재단에서 딱 3개월짜..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4) 2016년 12월 초, 미국에서 한국으로 컴백, 그러나 서울이 아닌 대전으로 띠로리~~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집을 구하고, 미국에서 보낸 이삿짐을 기다리고 각종 가전제품을 채워넣으며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어느 정도 시차도 적응되고 하니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하루라도 빨리 job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예전에 일했던 대표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또 서울에 있는 몇 군데 회사에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류 전형에 통과했다고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서는 아차했다. 2016년도 기준 5살, 2살이었던 아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서울로 일하러 다니면 이 아이들은 누가 케어하지? 양가 부모님들도 다 타지에 계시는데,,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낯선 ..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3) 교회 동생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다만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기도 전에..ㅋ 무려 소개팅 이후 103일째 되는 날에 결혼을 하고 만다. 문제는 남편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유학생이었던 것, 난 강제로 경력이 단절되고 만다. (드디어 경력단절 구간 진입! 그 동안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ㅠ) 사실 빡센 업무를 수행해야 했던 제작감독의 일을 약간 쉬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한 3개월은 마냥 좋았지... 하지만 그렇게 많이 그리워하게 될지, 그렇게 금단 현상이 생기게 될지 몰랐었다. 한국에서 우리 작품의 제작 소식이 들려오면, 나랑 같은 직종에 있었던 동기들의 승진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 켠 아려왔다. 남편은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들어가자고..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2) 2008년,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 입사 전부터 개발 중이었던 뮤지컬 소리도둑과 내 마음의 풍금이 올라간 한 해였다. 소리도둑은 호주의 영화 에이미를 원작으로 락가수 아빠가 감전사하는 모습을 지켜본 딸이 실어증에 걸리고 다시 말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가족과 이웃들의 따스한 돌봄과 사랑에 눈물나는 이야기다. 우리 대표님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난타를 3년동안 총 책임맡았던 프로듀서 출신으로 모든 제작과정이 미국 브로드웨이 방식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 당시 생소했던 개념이었던 리딩, 워크숍, 디벨로핑, 인큐베이팅 같은 단어들을 도입하면서 제작과정을 탄탄히 해나가셨다. 소리도둑의 리딩을 보러 오셨던 남경주 선배님이 작품이 너무 좋다면서 그 자리에서 하시기로 결정, 실제 극의 주인공인 여자 아역.. 더보기
나의 경단녀 탈출기 (1) 티스토리에 글을 쓴 지 어언 일년이 넘었다. 네이버에 비해 노출이 잘 안되는 듯 하여 잠시 네이버로 외도를 했으나 거긴 더 안돼, 칫!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경단녀 탈출 소식과 함께! 나는 작곡을 전공하고,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라디오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내 맘에 들어온 공연이라는 카테고리. 아티스트와 관객이 서로 교감하며 반응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뿌듯한 그런 경험(각종 페스티벌 자원봉사, 콘서트 1일 스텝, 콘서트 기획사 9개월 근무 등)을 해보면서 아, 나의 갈 길은 공연 쪽인가보다 싶었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뛰어들었다. 대학원 진학을 첫 번째 스텝으로. 그 당시 예술경영이 한창 신흥 학문으로 떠올랐고, 무엇에 이끌려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협동과정 특차에 응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