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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Habits/Musicals

우란문화재단 ‘새벽 세 시’

우란문화재단의 행보를 좋아한다.
아니, 응원한다.

철저하게 비영리재단이지만
보석같은 창작자들을 발굴해내어
의미있는 작업들을 진행해나간다.

물론 모든 작품이 빛을 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창작자들이 빵 뜨는 것도 아니지만
seed에서 시작한 소재가 무대화되는 과정을 지원하기에
어떻게든 작품이 관객 앞에 ‘보여지는’ 지점이 있게 된다.

아무리 내부에서 리딩하고 워크숍해도,
이 보여지는 과정이 없다면
작품을 향한 확신의 단계가 생략되는 것이다.

스텝들에게는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을 처음으로 맞는 행운이 생긴다.
꽤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어제 관람한 작품은 ‘새벽 세 시’
같이 모임을 하는 프리랜서 프로듀서 몇 명이서 함께 관람,
나의 제안으로 원작인 소설도 미리 읽어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베이비 작품에
걸음 모양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나 나름의 아쉬웠던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음악이다.
음악이 작품의 결과 맞지 않음이 제일 아쉬웠다.
음악이 캐릭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음악 때문에 템포가, 흐름이 쳐지는 인상을 받았다.
몇 곡을 연달아 레치타티보로 시작된 넘버는
너무 올드하다못해, 고전 오페라인가? 싶기도 했고,
텍스트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음악이 기능적으로도,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
그것이 가장 아쉬웠다.
음악이 좀 더 캐릭터를 설명해줄 수 있다면
한결 나아질 듯 싶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끼여든
마들렌(이름 맞나?), 미아, 남편의 등장을
두 사람의 미묘한 심리 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처리하는 장치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음향이나 밸런스의 문제,
혹은 듀엣에서의 진행으로 묻히게 들리는 지점도 꽤 있어서
원작을 읽고 가지 않았더라면
캐치하지 못했을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남자 캐릭터의 연구가 더 필요할 듯,
배우의 한계인것인지,
아니면 디렉션일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보는 내내 불안불안..ㅠ

이제 막 첫발을 뗀 작품에게
치밀한 연구와 협업,
그리고 좋은 기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