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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Habits/Musicals

연극 더 드레서 후기 (송승환, 오만석, 배해선)

관람일시: 2020년 11월 19일(목) 8시 공연
캐스팅보드: 송승환/ 오만석/ 배해선
좌석위치: 1층 C열 16번

특이하게 일요일날 쉬고 월요일날 공연이 있다!




대표님이 오랜만에 연극 작품 예술감독으로 컴백하셨다. 그것도 쇼틱 로고와 함께.. 내 20대의 반을 함께한 회사여서 그런지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올라와 한동안 두근두근 했었더랬다.


정동극장에 공연을 보러 간 건 처음!



연극 <더 드레서>는 정동극장에 김희철 극장장이 부임하면서 12년만에 부활한 정통 연극 시리즈 중 하나로 기획 제작되었다. 매년 한 명의 배우를 집중 조명해 연극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인 ‘연극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 바로 송승환 대표님이신 것. 나에게는 배우라는 이미지보다는 대표님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왜냐하면 나의 대표님의 사수가 송승환 대표님이셨기 때문. 그래서 사석에서도 자주 뵈었었고, 대학원 수업도 들었었는데 막상 연기하시는 모습을 가까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석 연출님(이란 호칭이 더 편하다, 내 마음의 풍금 시즌 3 연출님이셨음)도 무대 위에서 훨씬 더 멋지심...ㅋㅋㅋ

노먼 역할의 오만석, 안재욱 배우



지난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 총 감독을 맡으시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는데, 그 여파가 거의 실명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을 이번 기사를 통해 알고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연극 배우로 9년만에 복귀하여 원캐스트로 무대를 지켜나가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연극 <더 드레서>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각본가로도 알려진 극작가 로널드 하우드가 1980년에 쓴 작품으로, 그 이후 드라마와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연극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영국 어느 지방의 한 극장의 배우 대기실에서부터 시작한다. 16년동안 한 배우의 드레서로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선생님과 함께 해온 노먼. 227번째 리어왕 공연을 앞둔 어느 날,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무대에 오르기 주저하는 선생님을 계속해서 설득한다. 그 와중에 공습 경보와 폭격 소리에 상황은 위태롭기만 하다. 그럼에도 공연을 무사히 마친 극단, 그리고 그 뒷 이야기들..

세계 대전이 진행되면서도 위험을 무릎 쓰고 연극을 진행했던 그 때의 상황과 지금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아 더 공감하면서 관극했다.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일을 공연예술이 할 수 있다고, 또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본분들을 행하며 오늘도 무대를 지키고 있는 모든 배우, 스텝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한 가득 더 생겼달까.

선생님과 그를 보좌하는 더 드레서의 관계에 대한 플롯을 쭉 보면서, 기억받고 기억하는 일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에게 기억되는거야’ 라는 극 중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우는 관객에게, 또 노먼은 선생님에게 자신의 존재가 누구보다 특별하게 각인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노먼의 울부짖음이 너무나 극공감되었던거겠지.

평생을 배우로, 평생을 그 배우의 드레서로 살아온 그들에게 무대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행복했노라고 말하는 그들의 말 속엔 뭐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현실적인 문제로 흔들리는 나에게, 극중 선생님에게 그러했듯이 버티어내라고 노먼이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니, 조금만 버텨보자고..

같이 공연을 보러 간 제자 한나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일상의 삶과 공연이 계속되기를 바래보면서, 좋은 극을 올려주신 대표님께도 참 감사하는 마음이 들더라.

최고의 스텝들이 모여서인지, 무대도, 의상도, 음향도, 뭐 하나 부족함 없이 대만족이었다. 모두 베테랑 배우라 그런지 두 번째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무대 전환도 실수 없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원래 95분 단막으로 진행예정이었던 공연을 중간에 인터미션을 둠으로 한 번 쉬어갈 수 있게 했는데, 그것도 극의 흐름을 많이 깨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단차가 아주 우수한 극장이라 어디서든 잘 보일 듯 하나 오케스트라 피트 석까지 좌석을 배치하여 맨 앞 4줄 정도까지는 무대를 약간 올려 보아야 할 듯 싶다.

레전드 스텝이 모였다!


깊은 여운을 가지고 여러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
올 겨울, 좋은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완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