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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하브루타 대화법 실습해보기

현재 대전 한밭도서관에서 ‘소통-공감 하부르타 대화법’을 수강하고 있다. 한밭도서관은 대전의 시립 도서관으로 우리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는 고마운 곳이다. 장서 보유량이 많기도 하지만, 생활 문화센터가 위치하고 있어 성인 대상으로 인문학이나 악기, 북 바인딩, 에니어그램, 캘리그래피, 컴퓨터나 유튜브 강좌 등 많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그렇고,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좋은 질문에 대한 갈급함이 항상 있었다. 어떻게 질문해야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걸까.. 어떻게 질문해야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걸까.. 갈급한 마음에 하부르타를 통한 질문법들을 여러 다큐를 통해 찾아보게 되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딱 들었는데 도서관에서 10주 과정의 프로그램이 열린 것! 이거다 싶어 등록하고 이번 주로 3주차의 강의를 진행했다.

K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https://youtu.be/9BvLuyhxg8Y


하부르타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하면,
Havruta의 어원은 ‘하베르’인데 그것은 ‘친구’라는 뜻이라고 한다.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듯이 경청하고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하부르타의 핵심인데, 질문-대화-토론-논쟁을 통해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하겠다.

우리 나라와 도서관과는 다르게 토론으로 굉장히 시끄러운 유대인의 도서관, 충격이었다!


첫 주차부터 다양한 실습들이 진행되고, 참여한 사람들의 질문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 참 재미지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주 실습은 아이들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져와봤다.

오늘은 4문장으로 된 짧은 글을 읽고 이것에 대한 질문을 만들어보고 짝을 지어 답을 해보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다.

옛날에 벼락부자가 된 가난뱅이가 있었다.
랍비 힐렐은 그에게 하 마리의 말과 마부를 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마부가 사라졌다.
그러자 그 벼락부자는 3일동안 마부처럼 직접 말을 끌고 걸어갔다.


내가 만든 질문은,

1. 랍비는 왜 그에게 한 마리의 말과 마부를 주었을까?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2. 마부가 사라지고 3일동안 직접 말을 끌고 다녔던 마부는 어떤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3. 그 벼락부자는 무엇을 향해, 어디를 향해 3일동안 걸어야했을까?



질문을 만들었다면 내가 만든 질문을 짝에게 물어보고, 짝이 대답을 한다. 그럼 나도 나의 대답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들을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이 뇌를 자극하면서 사고의 경계가 풀리고 풍성해지는 것을 느꼈다.


집에 와서 초등학교 2학년인 케이트와 동일하게 실습을 해보았다.

케이트의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마부가 왜 사라졌을까요?

2. 랍비 힐렐은 왜 그에게 한 마리의 말과 마부를 주었을까요?

3. 벼락부자가 말을 끌고 어디로 끌고 갔을까요?




나랑 비슷한 질문이 나왔지만, 대답은 전혀 달랐다. 나의 답들은 대부분 현실에 기반한 사실을 조합하여 나왔다면 케이트의 대답은 동화적인 답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공통으로 만든 질문인
랍비가 왜 그에게 말과 마부를 주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벼락부자가 된 그에게 주어진 물질과 사람을 어떻게 대하나 보려고.. 라는 답을 했다.

그러나 케이트는
랍비는 착한 사람이라서 그 마을에 있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말과 마부를 주었을 것이고, 미처 그가 부자가 된지 몰랐을 것이다.. 라는 답을 주었다.



그리고 벼락부자는 말을 끌고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피곤해서 집으로 갔을 것이다.. 라는 대답을 한 반면,

케이트는,
이틀 동안 걷다보니 힘들어서 노을을 보러 갔을 것이다라는 답을 했다.


생각보다 아이가 흥미가 있어 하니 나도 신이 났다. 어쩜 이런 생각을 다했어? 정말 멋지다! 추임새를 넣어가며 호응해주니 더 좋아하더라. 다음 번엔 짧은 동화책을 한 권 읽고, 서로 질문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했다. 책을 이렇게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과 의견, 사고를 받아들이다보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