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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글쓰기 프로젝트

#08. 내 마음을 울리는 뮤지컬 속 그 장면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나를 울렸던 영화 속 그 장면’이지만 사실 영화를 즐겨보지 않아 주제를 살짝 틀어봤다. 영화는 복제가 가능한 장르라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장면을 관람할 수 있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다. 똑같은 배우가 똑같은 장면을 연기해도 그 날의 컨디션, 배우와 관객들의 화학 반응, 곡의 템포와 배우들의 연기 케미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그래서 특별히 좋았던 장면이 재관람했을 때는 별로일 때도 있고, 아무 생각없이 스쳤던 장면이 새롭게 각인될 때도 있다. 그래도 몇 번이고 봤어도 좋았던 장면들 위주로 적어보려고 하는데,,, 아. 기억력의 한계가 있다. 진짜. 그래도 시작해보자!




1. 내 마음의 풍금 - ‘나의 사랑 수정’

16살 늦깍이 초등학생인 홍연은 갓 부임한 총각 선생 강동수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교무실에서 강동수의 책상을 닦던 홍연은 우연히 선생님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선생님이 양수정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 이 장면은 ‘나의 사랑 수정’이라는 넘버로 진행되고, 강동수가 양수정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다가 그녀가 곧 결혼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준비해두었던 꽃을 숨기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바라보지 말아야지
하루종일 생각했지만
그 예쁜 두눈을 바라보면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어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루종일 생각했지만
그 웃음 소리를 생각하면
다른 생각 할 수가 없어
책을 펼치면 떠오르는 하얀 얼굴
길을 걸으면 온통 그 뒷모습
눈을 감으면 보이는 환한 미소
눈을 떠보면 어느새 사라져
조금만더 기다릴까
잠시후면 지나갈텐데
난 그냥 우연히 지나다가
그냥 우연히 서 있는 거야
하염없이 기다리다…
우연인척 그녀를 만나…
해맑은 그 미소 눈이 부셔…
나의 사랑, 수정…

- 아래 영상은 본 공연 아니고 이벤트 영상이지만,
그나마 이 장면을 잘 표현한 것이라 첨부해봄-

https://youtu.be/EUK9SHf6HI8


이 노래는 선생님 일기장 글이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홍연은 한껏 자신의 이야기인가 들뜨지만.. 마지막 ‘나의 사랑, 수정’이라는 노래가 들리면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고 만다. 결정적인 장면은 그 다음이다.

강동수가 고백할 때 주려고 했던 그 꽃이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는데, 홍연이 그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꽃병에 고이 꽂아놓고 퇴장한다.

늘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아리다. 자신이 열렬히 사랑했던 선생님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슬픈데 왜 내가 아니냐며 질투하고 속상해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아픈 사랑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홍연이의 마음 씀씀이 때문에 그렇다. (나 같으면 그 꽃을 던졌거나 못 본척하고 그대로 사라져겠지..ㅋ)

그녀는 으른이었다,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찐 으른!
그녀의 사랑 방식을 보며 나를 반추해본다.


P.S
아,, 2-3개 더 쓰려고 했는데, 오늘은 이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