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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글쓰기 프로젝트

#03. 너, 내 동료가 돼라! (feat. 내 마음의 풍금)

오늘의 주제는 그 때 그 사람이다.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다양한 심상이 떠올라 오늘도 계속 고민한다. 나의 페르소나 속 기억에 남는 그 사람들을 누구로 한정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떠오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고맙고 감사한 분들 그득이다. 가끔씩은 힘들게 했어도 서로 보지 말자면서 헤어진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앞에선 내색하진 않았지만 맘 속에서 떠난 보낸 배우는 몇 있지만서도.



무려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창작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초연 때 우리 회사는 일을 냈다. 그 해 창작뮤지컬 시상식에 9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어 대상을 포함하여 무려 6개 부분에서 수상을 했다. 좋은 스텝들과 배우들이 함께 해준 덕분도 있지만, 난타의 오프브로드웨이 총괄 책임자로 일하셨던 대표님 덕분에 창작 시스템을 한층 보강하고 여러 장치를 두어 다양하게 검증했던 덕분도 있다.

창작 초연을 흔히들 산고에 표현하기도 한다. 스텝과 배우의 역량을 극대화 시켜(다른 말로 쥐어 짜내어) 캐릭터와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초연 배우에게는 Original이라는 로열티가 붙는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극중 표현들이 차후 프로덕션에 기준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Original OST가 제일 인기가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내 마음의 풍금 초연 때는 정말 쟁쟁한 배우들이 모였다. 오만석, 조정석, 이정미, 임강희 등등. 게다가 조광화 연출님에 이희준 작가님,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선생님이 함께 하셨다. 인사가 만사라고, 사실 스텝 배우 캐스팅이 프로덕션에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초연 프로덕션의 치트키랄까.

10년 전이라 배우 모두 상큼상큼!


연습 현장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제작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행정 처리 일들이 많아서 자주 들리지 못했다. 연습실이 사무실과 멀기도 했고(이건 변명..ㅋ), 왠지 배우들을 대할 때 어려움이 느껴졌다. 그 당시 개런티가 제일 높았던 배우군에 속하던 만석 오빠와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신예 조정석까지.. 다들 좋은 사람이었지만 어려웠다. 그것이 내가 그 당시 극복하지 못했던 한계였다. 잘 나가는 배우들 앞에만 가면 쪼그라드는거다. 분명 같이 일하는 동료인데 동료라는 느낌은 커녕 내가 을이 되어 모셔야 하는 느낌으로 셋팅이 되어버렸다. 뒤돌아보면 너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리고 다음 해 내 마음의 풍금 시즌 2를 준비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작품은 알렸고 초연의 부족함을 좀 더 보강한다는 느낌으로 신예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그리고 지금도 기억나는 앙상블 오디션. 앙상블 오디션 보러 온 모든 배우들에게 맥도날드 버거 세트를 제공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 회사 참 따스했네..^^

유명하지도 않고, 경험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실력과 재능, 끼와 열정만 보고 앙상블을 확정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블로그라 모든 것을 오픈할 순 없지만 이 프로덕션이 참 잔 사고들이 많았다. 여기서 사건이 터지고 수습되면, 저기서 또 터지고, 그러면 또 봉합하러 다니고... 생각해보니 그런 가운데 잘 버틴 나 칭찬해....ㅋㅋ

그런데 이 가운데에도 감사한 건 배우간 케미가 참 좋았다는 것이다. 모두들 으쌰으쌰 해보자고 단결이 되어서는 흐트러진 분위기를 잡고 연습해 몰두하고, 섭섭하고 속상한 일들도 잘 소통해주면서 풀어가고, 그러면서 하나가 되어갔다.

연습실도 사무실에서 가깝다 보니 매일매일 들러 배우들의 속사정을 살폈고, 고충을 들었다. 그러니 그들도 나도..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모여있는 하나의 팀이라는 생각, 배우가 아니라 같은 배를 탄 동료라는 생각이 들면서 배우 울렁증이 사라졌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다가서 프로덕션의 입장을 전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들이 쉬워졌다. 다 시즌 2 배우 덕분이다. 아마도 초연 때의 치열함이 한꺼풀 여유로 바껴서 그런 덕분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때 그 배우들이 참 특별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18년 내 마음의 풍금 10주년 콘서트를 했는데, 이 때도 시즌 2 배우 중심으로 모였다. 지금도 연락하고, 소식을 주고 받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배우, 스텝들. 배우를 나와 같은 선상에서 동료로 인정할 수 있게 해주었던 참 따스하고 고마웠던 그 때 그 사람들.

그 때 아역들이 이제 뒷풀이에 와서 성인배우들과 술을 마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