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Life

아빠의 찐(?)사랑


대전은 지금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번쩍번쩍 불꽃놀이 하듯이 계속해서 환해지고,
대포가 터지듯 그렇게 큰 소리가 나서 새벽 잠을 설쳤다.

우리 집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의 등교길이 너무 험난해 보여
가정 학습 신청하고,
2호 유치원생 또한 등원 포기.

오늘 아침 집 근처 상황





그런데 어제도 아침에 심한 비가 내렸다.
그래도 등교할만한 수준이라 생각했고
딸 아이의 가방을 들어준다는 핑계로 같이 길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역류한 하수구의 물이 넘쳐
학교 가려면 꼭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가 물바다다.
이를 걱정해서 여분의 양말을 한 켤레를 챙겨주었지만
이미 바지, 운동화, 양말이 흠뻑 젖은 걸 어쩔 도리가 없었다.


1호가 하교할 무렵,
피아노 학원 가기 위해 차를 타야 하는데
회사가 집 근처인 아이 아빠가 급하게 집에 들어오더니
수건과 양말, 그리고 다른 운동화를 챙겨
집을 나서는 게 아닌가!!

젖은 신발로 피아노 학원 가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 지점을
세심하게 헤아렸던 아이 아빠를 보니
감탄을 넘어 감동이 되더라,

결국 하교하는 딸 아이를 기다려
양말과 신발을 갈아입혀
피아노 학원차를 태워 보내놓고 온다.

자기 점심 시간 쪼개서
딸 아이를 챙기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남편을 보면서
참 많은 상념에 잠겼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왜 내겐 없었던 것일까?

계속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