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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그 남자의 용서

 

나는 9살짜리 딸과 6살짜리 아들을 키운다.
둘은 3살 차이지만 실제로는 25개월 차이,
2살 같은 3살 차이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싸우고 풀고의 반복.

현재 24시간 붙어있는 가장 친밀한 관계라 그런지
이런 애증의 관계가 또 없다.
누나가 제일 좋았다고 했다가,
동생이 제일 싫었다고 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달라진다.

그래도 요즘 계속 함께 하다보니
어느 행동이 서로를 힘들게 하는지 파악이 가능해진 남매,
그래서 잘못을 하면 곧잘 사과하기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 집에선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하나 있다.
자기가 화났다고 해서 남을 위협하거나 때리는 행위,
딱 그것 하나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과 합의했다.
그런 행동 하면, 손바닥 5대를 맞기로.

어언 1-2주 전,
사건이 터졌다.
동생이 누나 하는 일에 동의를 하지 않았고,
화가 난 누나는 참지 못하고 동생의 얼굴을 가격했다 .

생생한 모습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나는
우리 가족의 규칙을 상기시키며
매를 가져왔다.

첫째는 울면서 안 맞겠다고 하고,
아프게 때리지 말라고 애원하며
계속해서 매를 맞지 않기 위한 수를 썼다.
나는 나대로 약속은 약속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 때 둘째가 무언가를 써오더니
나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둘째가 나에게 써온 편지

 

“엄마께
엄마 누나 아프게 때리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저의 부탁이에요
저는 누나를 이해해요. ”

저렇게 보니까
내가 매번 때리는 엄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ㅋ
전혀전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리고.

첫째에게는 아무리 화가 나도 남을 해하는 건
안되는 행동이라고 다시 한 번 주지시키고
약하게 5대를 때린 뒤
저 쪽지를 다시 한 번 묵상했다.

내 마음에 계속 맴도는 말.

저는 누나를 이해해요

감동을 넘어서서
마음이 찡해지고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던 말.

자기를 때렸으나
그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말,
이해한다는 말.

6살 아이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부끄러워졌다.
늘 내가 먼저고,
늘 내가 옳고,
늘 내가 중심이라고 우기며 살아온 삶이 아니었던가.

나를 해하고 화나게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봐서라도 이만 해도 된다는 그 편지에
마음이 무너졌다...

진심으로 배웠다.
사람을 보호하고 사랑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그 사람의 행동 뿐 아니라
그 행동을 한 동기에 깔려있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자신도 맞고 아파서 울었으면서
자기가 동의해주지 않아서 누나가 때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마음.

그 모습 안에 관계를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배운다.
행동 너머에 있는 마음의 동기를 살피자.

니가 맞니, 내가 맞니 따지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인정해보자.

그것이 오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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