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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ork

뮤지컬 콩쿠르, 오디션 합격 노하우


얼마 전 OO뮤지컬 콩쿠르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심사위원 위촉 전화였다.

꽤 권위있는 음악 콩쿠르를 오래 진행해왔던 곳으로
몇 해전부터 뮤지컬 부분을 신설하여
공연예술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뮤지컬계의
신인 배우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중, 고등부 예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심사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뮤지컬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누가 선택을 받는가에 대한 기준을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적어볼까 한다.

콩쿠르와 오디션은 그 목적이 약간 다르므로,
공통적인 부분을 기술하고
오디션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1. 탄탄한 기본기가 우선이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임에도 불구하고
3분 가량의 곡을 심사위원 앞에서 선보이는 콩쿠르에선
아무래도 노래 실력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무대 연출이 아무리 훌륭해도,
표정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춤을 아무리 잘 춰도,
노래를 잘 하지 못하면 그 친구는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뮤지컬에선 가창 실력이 기본이 된다.
시종 일관 음정과 박자가 불안하거나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음색이 영 매치가 안되거나
자신의 음역대에 맞지 않는 노래를 선택하면
콩쿠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노래 연습을 충분히 해야한다.
악보를 씹어먹을 때까지 연습하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습이 끝난 후
기성 배우가 했던 톤과 스타일을 참고해도 늦지 않는다.
참고만 하라.
똑같이 베끼지 말고 참고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 캐릭터 연구는 필수!


위와는 조금 상충되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노래만 잘하면 되느냐? 또 그건 아니다.
성악가처럼 높은 음 잘 내고, 음정 박자 정확해도
자신이 노래하고 있는 캐릭터의 감정선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다.


뮤지컬에서 노래를 하는 순간은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감정의 증폭이 있을 때,
또한 세밀한 내적 마음을 드러낼 때 등 다양하다.
그러므로 어떤 맥락에서 이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이의 감정을 추적하고,
그것이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이 되는지 연구하고,
그에 따른 표정 연기와 동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단순히 노래 실력이 전부라고 하기에는
치부하기 어려운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콩쿠르나 오디션 보면
캐릭터에 맞는 의상과 소품을 미리 준비하는 참가자가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신이 공연할 작품의 의상
그대로 준비하는 그 시간에,
노래 연습을 더 하는 게 낫다는 것.
옷이나 소품은 과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3. 자신을 믿고 믿음을 줄 것!

무대는 무수한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음악이 들어오고, 조명이 온오프되는 타이밍,
무대가 전환되고 배우의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 등
모두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배우가 해야할 일은?
그렇다. 자신의 배역을 찰떡같이 해내야 한다.
그런데 공연 보러가면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종종 있다.
시종일관 눈동자가 불안해보이고,
대사 숙지가 제대로 안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음정은 계속해서 부정확하고,
아니나 다를까 높은 음에서 역시 삑사리가 나고,,

그 배우는 직무 유기다.
약속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관객이 작품을 즐기게 만들어야지,
그 배우가 제대로 해내기를 조마조마하게
온 맘으로 응원하게 만들면 안된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배우는
다른 이에게도 믿음을 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은, 결국 연습에서 나온다.
눈 감고서도, 탁 치면 다음 대사가 줄줄 나올 정도로,
아니 그것을 뛰어 넘어 연기하는 캐릭터가
바로 나 자신인 것처럼 그렇게 해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에도 금방 들통이 나 속일 수가 없다.


연습이 부족한 참가자는 시선이 불안정하고,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목소리가 오그라들고,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무대 위에서 그렇게 불안해보일 수가 없다.
그러면 심사위원인 나도
그 배우를 제대로 볼 자신이 없어진다.
고개를 떨구고 제발 끝까지 완곡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참석하는 어린 친구들은 무대가 처음이라
심사당하는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연습된 사람이라면
그 분위기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자.
대극장 정도면 함께 공연을 만들어내는 이가 150명 정도다.
나 자신의 부족함이 모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배우로서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충실히 연습하자!

 

여기에 한 가지 팁!

이번 중고등부 예선에서 어떤 넘버가
무려 10명 이상의 여성 참자가들에게 선택을 받았다.
한 때 남자 배우들에게 금지곡이
지킬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인 적이 있었을 정도로
유독 오디션이나 콩쿠르에서 사랑받는 곡이 존재한다.
그래서 오디션에서 그 곡을 부른다는 건
꽤 용기가 있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모두에게 알려진 노래여서 잘 부른다는 것의
기준이 꽤 높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가
다른 곡에 비해서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같은 노래를 여러 참가자가 함께 불렀을 경우
최종 결정 시 누가 어떻게 불렀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아주 잘 불러야지 기억하게 된다는 것.
선곡할 때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 부르고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선택하자.


+ 오디션

 

오디션은 선발하는 캐릭터의 배역 설명과
음역대가 제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배역의 이미지와 요구하는 음역대,
그리고 가창 스타일이 맞아야 캐스팅이 된다.

간혹 내가 노래도 잘했고, 연기도 나은 것 같은데
왜 떨어졌냐는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 아역 어머님들).
이런 부분이 응시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그들의 행동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무시할 수 없고,
락 스타일로 마구 분출해야 하는 배역인데
성악 전공의 아리아를 부르는 응시자에겐 아무래도 배역이 가게 되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배역을 정말 하고 싶다면
그 배역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기존 배우들의 동영상도 참고하여 보고,
배역이 요구하는 노래 스타일도
충분히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서 공연예술 시장이 많이 축소되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다!

 

뮤지컬 ‘위키드’의 오디션 페이지. 맡은 역할마다 배역 설명과 요구하는 음역대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앙상블로 참여하는 배우에게도 예외는 없다.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신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순전히 저의 관점으로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던 글인데
중간에 휴가 끼고 어쩌면서
포스팅이 무려 일주일이 밀려버렸네요.
공연계에선 그나마 버티고 있었는데
현재 민간 극장까지 객석 띄어앉기가 시행되면서...
뭔가 참담합니다.
힘을 내야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