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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글쓰기 프로젝트

#11.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면 준비하며 기다리자!

21일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났다. 으잉? 나 이제 11일차 글 쓰는데 벌써 마무리라니!! 그렇다, 중간에 빼먹은 부분도 많았고 비겁하지만 핑계도 대보자면 추석 연휴도 있었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것, 21개 글은 채우고 끝내보려고 한다.

이번 한해를 돌아보자면 참으로 좋은 제안과 기회들이 많았다. 많은 고민 안하고 주어진 기회에 Yes 로 함께 작업하고, 준비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했는데, 결국엔 되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워낙에 공연 쪽 일이 계획한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여러 상황에 휘둘려 엎어지기도 하는데, 기적처럼 왔다가 사르르 사라지는 기회에 대해 속상한 것이 사실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사라져버린 기회에 대한 해석을 나에게 두었다는 점에 있다. 내가 부족한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나? 아니면 내 자리가 아닌가? 내가 할 만하지 않은 사람인가? 등등. 자꾸 그 문제를 내 안으로 끌어다보니 남는 건 자존감 상실, 자신감 하락.

사실 면밀하게 살펴보면 상대방의 약속 불이행, 조직의 짜고 치는 고스톱의 들러리였을 뿐인데 왜 문제를 내 안에서 찾으려고 했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며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계속된 미끄러짐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의기소침한 문제 정의가 아닌가 싶은데, 자존감 뿜뿜인 나같은 사람에게서도 이러한 모습이 발견되었다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졸업생, 취준생들에게는 이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어서 마음이 거기까지 향하게 된다.

대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는 3, 4학년 수업을 맡은 나는 학생들에게서 요즘 너무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라이센스 대극장 뮤지컬 중심으로 공연계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양새이지만, 신인들이 설 자리는 극히 드물다. 이제 갓 졸업한 새내기들은 단번에 배역을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대체적으로 앙상블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문제는 앙상블 오디션조차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프로덕션은 코로나를 이유로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지 않고, 예전에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에게 연락을 하여 프로덕션을 꾸민다. 프로덕션 입장에서는 작품에 익숙한 배우들에게 공연을 맡기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작품성 면에서나 훨씬 용이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컴퍼니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결국은 손해되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신인 배우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무대에 세워야 배우 인프라가 늘어나고,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정체되면 성장하지 못한다. 고인물이 되어버린다.

문제는 이 시기를 무엇을 하며 버텨야 하는가이다.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탓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VS 언젠가 주어질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

나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하면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컬 레슨을 받든, 연기 연습을 하든, 아니면 대학로에서 열리는 작은 프로덕션이라도 조인하든, 지역이나 지자체에서 하는 뮤지컬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든,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하든, 하다못해 예술인 증명이라도 해놓고 있으라고.


생각보다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인 서울, 대극장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수 있다. 작은 기회들이 모여 나의 프로필이 되고, 그것들의 프로필이 모이면 지금 시장보다 더 큰 시장에서도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뮤지컬과 졸업생들이여! 이 시기를 알차게 잘 보내보자~ 마냥 낙심하며 현실을 한탄하지 말고 곧 주어질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낚아채기 위해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에 투자해보자~!

너무 강의같은 포스팅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지면을 빌려...ㅋㅋ 물론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모두 힘냅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