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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각종 챌린지

[카카오 프로젝트 100] 05. 당신이 품고 있는 어린시절을 불러오세요.

내 기억 속의 어린 시절(초등학생 or 국민학생 이하) 무엇이 떠오르나요? 3개(이상)씩 얘기해 주세요.

왜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고 (짝)사랑하고 울고 웃고 떠들고 싸우고 뛰고 걷고 날았고 그리고 부르고 이야기 말이예요.

당신이 품고 있는 어린이를 살짝 불러 오세요.
당분간 우리는 우리를 키운 과거에 머뭅니다.



영산강이 흐르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연과 벗삼아서 놀던 기억들이 참 많다. 그러한 추억들은 여전히 아련하게 내 삶의 무언가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1) 할아버지의 따스했던 등

당시 문방구를 운영하셨던 부모님이 바쁘셨기에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 할아버지는 특히나 날 예뻐하셨는데, 할머니가 뜨끈하게 계란을 삶아주시면 손수건에 고이 싸서 할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할아버지 등을 꼭 감싸안고 청란정이라 기억하는 장소에 가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계란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체하지 말라고 싸주신 보릿차물도 마시면서.. 그렇게 돌아 오는 길에 영산강이 보이면 할아버지랑 친구들이랑 멱을 감고, 봄이면 할머니와 쑥을 캐고, 맨드라미와 채송화로 국을 끓이고(소꿉놀이), 각종 풀들로 반찬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따스했던 그 때. 이제는 아무도 연고가 없어 가보지 못하는 고향, 몇 년 살지 못했지만 너무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들. 아, 그립다.



2) 눈만 봐도 웃음이 터졌던 골목 친구들

5살 때 서울로 올라오고,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둘 다 바쁘셨었다.. 그래서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랑 동네 친구들과 정말 신나게 놀았다. 나이와 상관 없이 모두가 친구였던 그 공간. 그 땐 골목에 차도 없었고, 위험한 환경이나 인물들이 없었던 때. 어떤 놀이터보다도 훌륭했던 작은 골목길. 땅따먹기도 하고, 고무줄도 하고, 술래잡기며, 다방구, 말뚝박기 등을 하며 그렇게 밤이 될 때까지 놀았다. 각 집에서 누구야~! 이제 밥 먹어야지!! 하는 소리가 하나 둘씩 들리면 그렇게 실컷 놀았으면서도 '더 놀고싶은데. 히잉~' 하며 헤어졌더랬지. 그렇게 일주일 내내 놀았었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 만나자 약속을 해야 놀 수 있는 아이들의 환경이 너무나 서글프다.



3) 홍콩할매 귀신이 내 동생을?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홍콩할매. 등교하면 아이들 사이에서 "어제 화장실에서~, 어제 옆 동네에서... 그런 일이 있었대~"며 각종 괴담을 공유하며 조장된 공포심을 은근히 즐기던 그 때. 오후 수업 중이는데 2학년이었던 내 동생 담임선생님이 날 호출하신거다. 동생이 갑자기 없어졌다며,어디 간줄 아느냐고.. 내가 어떻게 아나요. 전 계속 수업중이었는 걸요. 평생 그런 일이 없었던 터라 순간 홍콩할매가 잡아간건 아닌가 불안감에 떨면서 수업 끝나자마자 집으로 막 달려갔다. 울면서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태연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동생. 야! 뭐야!! 왜 수업 다 안 듣고 집에 왔어? 안도는 분노로 바뀌어 마구 쏘아부치는데,, "누나, 비행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따라오다가 집에 왔어..."하는 동생. 말이야 방구야.. 진짜. 허무했던 그 날의 사건.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추억이네..


추억여행, 재미있다!!